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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억하고 있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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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의 지평선

Rank S

수색대대    

Bastian Schwartzsült

     ​  대위

바스티안 슈바르츠슐트

나이트워커 Nightwalker

AGE 36
180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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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관

 

"깊은 밤이 걸어온다."

  라고, 그를 묘사하는 사람들은 첫 마디를 꼭 이렇게 시작하고는 했다….


 

  아득한 어둠만큼이나 새카만 머리칼은 올이 억세고 뻣뻣한데, 이는 대충 가장 값싼 비누로만 모든 세안을 대강 해결하는 녀석들의 흔하고 공통된 특징이다. 앞머리는 그저 흘러내리게 두고, 나머지는 군인답게 목덜미에조차 닿지 않을만큼 짧게 깎았다. 어둑한 색채의 피부는 결이 거칠고 쉽게 거스러미가 일어나는 종류의 것으로, 군데군데 긁히고 찢겼다가 아문 흔적이 가득하다. 이 조각들을 그러모아 이어 붙이려는 듯이, 목까지 올라오는 검은 내의에 활동복을 갖추어 입었다. 생채기 가득한, 길고 단단한 손과 단정한 얼굴을 제외하면 맨 피부가 보이는 곳이 거의 없다고 해도 무방한데, 온통 흑색 일색으로 통일됨으로써 초라하다기보다는 무거운 느낌을 준다. 훌쩍 큰 키에 군인으로써는 다소 마른 체격에 속하나, 단단한 어깨나 흔들림없이 핏줄이 서는 손아귀 따위로 보아 어김없이 단련된 몸이다. 유약한 인상과는 상당히 거리가 멀다는 뜻이다. 그 지독하고도 어두운 무채색 탓에, 빛 아래 서 있는 그는 마치 세계에 잘못 그어진 새카만 선처럼 보이고는 하는 것이다. 가까이 다가올 적에는 지평선으로부터 어둠이 번지는 것만 같았다. 필연적인 어스름이 밀려오듯이, 깊은 밤이 걸어오듯이….

 

  그의 뒷모습에서 사람들은 쉽게 세월을 읽었다. 곧게 세운 등, 빳빳한 허리나 각 잡힌 자세로부터 적어도 수십년은 복무한 군인의 이미지를 연상했고 분명히 그 뒷모습의 주인이 마흔이나 쉰 정도는 먹었으리라고 지레짐작하고 말았는데, 그의 얼굴을 똑바로 올려다본 사람들이 대체로 '놀랍도록 앳되다'는 평가를 내어놓는 것은 아마도 이 때문일 것이다. 정작 그의 얼굴은, 제법 단정하고 깔끔하기는 했으나, 어딘가 귀엽다거나 아름답다는 평가와는 영 이어지는 구석을 찾기 어려웠다. 흠 잡을 곳 없이 새카만 눈썹은 휘어짐 없이 뻗었고, 곧고 반듯한 콧날이 미끄러지듯 길게 이어진다. 균형잡힌 턱과 얇은 입술을 지나면 자연히 그의 눈동자로 시선이 올라간다. 금빛의 안광, 옛 지구에 쏟아지던 태양의 잔열처럼 다사하게, 혹은 깨끗하게 열화한 그 금빛의 눈동자. 그리 길지는 않으나 퍽 숱이 많아 눈동자 위로 그늘지는 검은 속눈썹, 기이하다. 굳이 표현하자면 신묘한 눈이다. 그에게서 어딘가 한 곳, 그나마 아름다운 것을 꼽자면 그 눈일터였다. 무기질적인 느낌을 주기 쉬우나 의외의 기백이 있다. 생기넘치는 인물은 아니나 분명하게 생을 담고 있다. 다채롭지 못하나 아득하다…. 누군가는 그가 분명히 안드로이드일 것이리라 짐작했다. 그렇지 않다면 적어도, 아주 많은 부분을 기계로 대체하여 부드러운 피와 살보다는 금속과 전선으로 이루어져 있으리라고. 또다른 누군가는, 그가 쏟아지던 검은 비를 지나치게 닮아있다고 말했다. 과거의 모든 흔적, 역사가 고인 자국 따위를 쉽게 연상했다.

 

  그러나 그는 인간이다. 고집스러울 정도로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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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능력

사건의 지평선 Event Horizon

이 지평선 너머의 사건은 관측할 수 없으므로.

 

 하나의 점을 지정하고, 그 지점을 중심으로 하여 사건의 지평선을 불러온다. 사건의 지평선이란 시전자가 생성한 구체의 경계를 이르는 것으로, 이 구체는 거대한 중력이 고여 이루어진 블랙홀의 유사체다. 겉으로 보기에는 흑색의 공동空洞처럼 보인다. 거대한 중력이 구체 안에 응집하여 있기 때문에, 주변의 빛이 끌려들어가 구체의 안쪽이 칠흑처럼 어두워 보이는 것이다. 즉 이 구체 안에서는 막대한 힘이 작용하며, 어떠한 물체가 구체에 접촉하면 막대한 기조력으로 인하여 안쪽으로 끌려들어가게 된다. 해당 구체의 기조력은 구체의 질량에 비례하며 구체의 반지름의 세제곱에 반비례하는데, 이는 블랙홀의 특성과 완전히 일치한다. 이 거대한 중력 때문에, 사건의 지평선을 넘어 안으로 끌려들어간 현상은 사건의 지평선 바깥에서 관측할 수 없다. 다시 말해, 이 구체 안으로 삼켜진 모든 물체와 현상은 외부에 영향을 줄 수 없다. 한번 사건의 지평선을 넘어선 것을 다시 꺼내어 외부로 되돌리는 일 역시 불가능하며, 능력을 거두어들일 경우 삼킨 것은 모두 구체와 함께 사라진다.

 

  해당 구체의 운용에는 크게 두 가지 방법이 있다. 하나는 공격적인 방식으로, 파괴하고자 하는 대상의 일부를 안쪽으로 끌어들인 후 중력으로 짓눌러 파괴하는 것이다. 섬세한 타격이 가능하도록 작은 구체들을 형성하여 이용한다. 다른 하나는 방어에 쓰이는 방식으로, 사건의 지평선을 넓게 전개한 후에 공격과 그의 물리적인 타격을 집어삼키는 것이다. 나이트워커 본인은 후자를 보다 편하게 여기는데, 사건의 지평선의 중력을 개별적으로 조절할 수 없기 때문에 세심하게 방향 조절이 필요한 공격보다는 광범위하게 시전하여 공격을 막아내는 것이 더 쉽게 여겨진다는 듯.

 

  사건의 지평선을 생성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그 구체가 가장 먼저 집어삼킬 어떠한 ‘사건’이 필요하다. 사건이란 쉽게 말해 일종의 타임스탬프, 혹은 책갈피 같은 것으로, 나이트워커의 기억 중 하나를 뜻한다. 같은 사건의 지평선을 사용하는 한 나이트워커는 그 지평선을 형성하기 위해 사용한 기억 하나를 영구하게 보존하여 기록할 수 있으며, 따라서 아무리 오랜 시간이 흐르더라도 그 순간을 생생하게 기억할 수 있다. 사건의 지평선을 닫고 새로운 구체를 생성할 경우 사건으로 쓰인 기억 완전히 소멸하여 영원히 잊혀진다. 기억의 소모를 망설이지 않으므로, 지평선의 생성 및 소멸에 제약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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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격

그는 누군가와 헤어질 때 작별 인사를 제대로 하지 못하면, 

헤어진 사이 상대에게 무슨 일이 생길까 걱정하는 부류의 인간이다.

 

  그것은 소심하다거나, 걱정이 많다는 뜻과는 상당히 다르다. 그는 매사에 지극히 신중하고, 조심스러우며, 지나간 일을 수도 없이 곱씹어보는 인간이다. 다시 말해, 그는 걱정이 많은 것이 아니라 후회가 많다. 지나간 일을 곱씹는 버릇이 그리 좋다고만은 볼 수 없을 텐데도. 그러니까 이런 식이다: 그는 누군가와 헤어질 때 작별 인사를 하지 못하면, 헤어진 사이 상대에게 무슨 일이 생길까 걱정한다. 무언가가 벌어질 거라는 두려움보다는, 보다 나은 선택 (예를 들자면, 시간을 내어 다정한 인사 한 마디를 하는 것)을 할 수 있었단 자신에 대한 후회와 자기반성으로. 으레 후회와 자기반성 따위의 것들이 반복될 때는 반드시 일말의 부끄러움과 수치심, 혹은 회한을 동반하게 마련이므로, 그의 내면은 과거에 대한 끊임없는 반추와 그에 따르는 미련이 무겁게 고인 블랙홀과 그리 다르지 않다. 끝없이 자신의 모든 선택을 곱씹기 때문에, 정작 아주 틀린 선택을 한 적은 많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자기평가 자체가 그리 높지는 못하다. 임무 중 동료에게 작은 생채기가 난 것을 두고 사흘 뒤에도 문득 ‘그런데 혹시 내가 그때 왼쪽으로 몸을 움직이지 않았더라면 다치지 않았을까?’ 하고 자문하는 이가 자신의 선택에 만족하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그는 자기 자신이 남들에게 받는 평가보다 자기 자신에 대한 평가를 낮게 매긴다. 그의 미소에는 항상 알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희미한 쓴웃음이 묻어있다.

 

  다행스럽게도, 그는 이 지극히 피곤하고 복잡한 성격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을 정도의 사회성을 갖추고 있다. 굳이 따지자면 그는 다른 이들을 아끼는 편이며, 정이 많고, 자연한 수순으로 다른 이들에게 걱정을 떠넘기느니 자신이 걱정을 조금 더 하는 쪽이 익숙하며, 이로 인하여 쉽게 유쾌함을 표방한다. 그가 하는 말의 절반쯤은 흘려들어도 좋을 농담과 아직 잊지 못한 과거사를 과장스럽게 부풀린 것의 혼합물이다. 담대하고 친화력이 좋으므로 (이것은 두려움과는 모순되지만, 깊게 후회하는 것과는 양립할 수 있다) 어딜 가든 사람들 사이에 끼어앉는 것을 어려워하지 않는 편이다. 어지간해서는 얼굴을 붉히는 일이 없으며, 대체로 모든 갈등을 유하게 넘어가고자 하는 성질이 있다. 신중한 편에 속하나 행동하는 것은 어려워하지 않고, 가끔은 아주 치명적인 후회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는 일을, 아무런 망설임 없이 행할 수도 있다. 이것은 그가 행동하지 않음으로써 후회한 일이 행동함으로써 후회한 일보다 압도적으로 다수를 차지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가 겉으로 내비치는 것은 대체로 한량에 가까운 느슨하고 삐딱한 인물상이다. 그의 인간관계 중 9할은 그를 인생에서 가장 절친하고 재미있는 친구로 여기고, 나머지 1할 쯤은 대놓고 귀찮은 녀석으로 여긴다. 후자에 속하는 이들마저도 그의 연락을 거절하지는 않는다는 점에서 그의 성격을 쉽게 알 수 있다

 

  외부에 표상하는 성질과 내면에 침잠한 성질이 완전히 배치되어 있으므로, 그 경계선에 자리한 모습들은 이와 같다. 그는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에 놀라울 정도로 주의를 기울이며, 조금이라도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가능성이 발견되면 가장 먼저 튀어오르듯 몸을 일으키는 이들 중 하나다. 그로 인하여 미소 짓는 얼굴을 유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예민하고 사나워 보인다는 평가를 받는 일이 자주 있다. 반응이 빠른 탓에 사건 사고에 연루되는 일이 많으며 (대체로는, 그 일이 더 후회할만한 결과를 일으키기 전에 수습하기 위한 독단적인 개입이다) 이 때문에 쉽게 경계 대상 내지는 문제아의 오명을 뒤집어 쓴다. 비슷한 맥락에서 제 눈앞의 곤란해 보이는 사람을 지나치는 걸 지극히 어려워하며, 다른 이들 아쉬운 소리 하는 것은 대체로 전부 들어주면서 정작 제가 아쉬운 소리 하는 일은 거의 없다. 혼자 곱씹고, 혼자 해결하거나, 혼자 평생 떠안으려고 든다. 그러니 겉으로 보기에는, 도저히 진지하게 임하는 법이 없어 보인다. 그가 내비치는 감정은 모두 피상적으로 보이며, 어쩌면 그가 실상은 아주 피상적이고 무정한 인간임에도 불구하고 그럴싸한 껍데기를 둘러쓰고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가 실제로 무언가를 감추고 있다는 점에서 반은 정확하고, 그것이 그의 무관심함이나 냉담함은 아니라는 점에서 반은 완전히 틀린 추측이다. 그는 으레 겉으로 드러내보이는 것보다 많은 것을 생각하고 느끼며, 생각보다 많은 것을 기억해둔다. 가장 후회하지 않을 만한 선택을 고르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그러니 그의 가장 본질적인 면을 짚자면, 과묵하고 무거운 인간이다. 꼭 제 이능력이 만들어내는 구체처럼.

  겉으로 보기에는 가볍고, 속에는 막중한 중력이 고여있다. 경계에 접촉했다간 속절없이 끌려들어갈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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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타

콜사인, 나이트워커. 약칭 워커라는 이름으로 더 자주 불린다.

훌쩍 큰 키에 보폭이 넓어, 꼭 밤을 걷는 자, 혹은 걸어오는 밤 같다는 말을 듣고 지은 콜 사인.

  01  생일은 11월 7일. 지구가 멸망하지 않았더라면 막 단풍이 지기 시작할, 가을의 끄트머리다. 동지역에서 태어나 자랐으며, 503년 9월 17일,  부모님과 함께 우주선에 몸을 실었다. 프로그래밍 엔지니어인 아버지와 의사인 어머니 사이에서, 제법 평범한 성장 과정을 거쳤다. 굳이 설명하자면 모든 도피 인류의 평균치 정도에 해당하는 무던하고 평탄한 과거사다. 

 

  02  514년, 발광체 이식 수술이 통용화된 직후에 시술을 받았다. 2년 후인 516년에 스무 살의 나이로 이능력을 각성했으며, 그와 동시에 입대하여 직업 군인으로써 일해왔다. 체격과 체력이 모두 우수하고 반응 속도가 빨라 시험에서도 꽤 고득점을 차지했다고 한다. 기존 소속 부대는 치안전담부대로, 주로 규모가 큰 사고 피해 등을 막아내는데 투입되었다. 어쨌거나 군인으로써의 삶에 제법 훌륭하게 적응한 듯 싶다. 532년 퀘이사가 특설되었을 무렵에는, 이유는 알 수 없지만 강력한 희망과 함께 자원했다. 글쎄, 술을 한 잔 사 주고 들은 솔직한 이유라고는 ‘내 능력은 블랙홀과 비슷하니 당연히 퀘이사에 속해 있어야지 않겠나?’ 하는 헛소리에 가까운 말이었으므로 그게 진짜 이유일 가능성은 매우, 매우 낮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뭐, 그렇게 퀘이사 소속이 되길 원한다는데 굳이 뜯어말릴 이유까지는 없었겠으나….

 

  03  상관으로써의 평가든, 부하로써의 평가든, 극과 극을 달린다. 만약 당신이 야망이 있는 군인이고 그를 상관으로 두고 있다면, 지금쯤 그의 한량 같은 행동거지에 완전히 질려있거나 혹은 내심 한심하게 여기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반대로 당신의 목적이 평탄하고 책임질 것 없는 군생활이라면, 글쎄, 나이트워커만큼 적임자가 없을테다. 어지간한 책임은 그에게 달려 있고 (약간의 편집증적인 구석이 있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다) 일은 적게 시키고, 확인 후에 마음에 들지 않으면 제가 처리해 버리니, 좋은 상관이라고 부를 수밖에. 부하로 두었을 때도 마찬가지다. 각이 잡히고 모범적인 군인을 바랐다면 나이트워커 같은 원수가 없고, 그런 건 아무래도 좋으니 일처리만 알아서 잘 하는 부하를 원했다면 나이트워커는 꽤나 괜찮은 인간이다. 비록 가끔 가다가 이상한 사고에 연루되어 책임자를 기함하게 하는 것을 제외하면. (아니, 하지만 저 녀석이 먼저…)

 

  04  술 한잔, 담배 한 개비, 아무튼 몸에 안 좋다는 것들은 가볍게 한 번씩 걸쳐보는 버릇. 중독이라고 하기엔, 입에 대지 않을 때는 귀신같이 끊는다. 돈 걸지 않는 가벼운 내기 정도에는 홀랑 응해버리지만, 도박의 수준에 넘어서면 어허, 손목 조심. 하는 것 보면 나름의 기준선이 확실한 인간이다. 항상 강박적인 수준으로 말끔하다. 미소짓고 있지 않은 얼굴이 무섭도록 무뚝뚝하고 날선 인상이 되는 것과 비슷한 이치…라고 할 수 있을까?

 

  05  지구에 대한 약간의 호기심과 그리움. 하지만 이것은 지구를 기억하는 모든 도피 인류의 공통적인 특성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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