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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금 따끔할 거야. ”

미슬토 (두상, 제출용).png

봄의 제전

Rank A

지원대대    

Yuri

     ​  준위

유리

미슬토 Mistletoe

AGE 70
186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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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관

 

다 흐트러진 회색빛 머리칼. 색은 일부러 염색한 것이 아니라 금발에서 바랜 것 같다. 최근 별 생각 없이 다듬었는지 뒷목을 덮는 언저리에서 대충 정리되어 있다.

얼굴 양 옆으로 머리칼이 늘어뜨려져 자주 손으로 쓸어 넘긴다. 쓸어 넘긴 얼굴엔 아주 인공적인 색의 베이비 블루 빛 눈이 박혀 있다.

아, 분명 하늘색의 눈동자로 신체를 좀 교체하셨군. 그런 생각을 하는 당신에게 이이는 태연하게 말한다. 아니, 다 늙었어.

 

그러면 그제서야 단단한 체격인 청년의 몸이 눈에 들어올 테다. 온 몸이 인공적인 젊음이었다.

일부러 몸을 교체하며 남긴 것인지, 파리한 목덜미에는 외피의 이음새가 남아 있다. 손목 안쪽이나 무릎 뒤쪽에도 마찬가지다.

언뜻 보고 안드로이드로 착각하는 이들에게는, 그러기엔 너무 안 건강해 보이지 않으냐? 하며 픽 웃는다.

말대로 눈은 푹 꺼졌고 목줄기에 핏줄도 불거져 있다. 슬며시 올라가는 입꼬리가 굳어 있다. 그는 요컨대 누덕누덕 기워져 있는 느낌이 든다.

 

죽어도 제복은 잘 입지 않는다. 딴에는 단정한 활동복 차림으로 돌아다니는데, 직급치고는 군기가 제법 느껴지는 걸음걸이다.

많은 행동이 깔끔하고 군더더기 없으며, 쓸데없는 힘을 뺀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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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능력

봄의 제전

 

사용자의 신체가 한 그루의 나무처럼 변화한다. 일반적인 나무와 다른 점은,

첫째, 본체에서 끝없이 가지치기를 하며 신체가 뻗어 나갈 수 있다는 점.

새파란 신록의 이파리를 달고, 암갈색의 유기체와 같은 ‘나뭇가지’가 그 굵기와 강도, 유연성, 형태를 조정하며 뻗어 나간다.크리쳐에게 충분한 무기로 작용할 만큼의 경도와 생성 속도를 지녔다.

둘째, 이러한 ‘나뭇가지’와 직접 접촉하는 또다른 유기체가 마치 식물의 일부가 된 것처럼 함께 생장한다는 점.

이능력 소유자 본인은 막연히 세포분열을 촉진하는 게 아닌가 생각하고 있다지만, 굳이 따지자면 신체조성과 생리기능조절의 범위까지 포함하는 듯하다. 

 

사용 시 상대의 피부를 가는 바늘 같은 형태의 ‘나뭇가지’로 뚫고 들어가 몸 속으로 ‘나뭇가지’를 뻗어 나간다.

이와 접촉하는 바이러스나 암세포를 제거하는 방식으로도, 아주 섬세한 신체 내부 수술로도, 괴사한 신체 조직을 재생시키는 방식으로도 사용한다.

안드로이드의 치료법을 적용하는 방식으로도 기능하며, 인간과 안드로이드의 거의 모든 회복과 치료의 방식에 응용 가능하다.

 

단점도 꽤 존재한다.

첫째, 방식 자체는 아주 물리적이라는 것. 몸 속으로 ‘나뭇가지’가 침범하는 감각을 싫어하는 이들도 상당수다.

‘처리’가 다 끝나면 침범한 외피 위에는 찔린 것 같은 붉은 자욱이 하나 남는다.

둘째, 상해가 심할수록, 수복의 범위가 클수록 해당 상태를 오래 유지하고 있어야만 한다는 사실인데

이 때 마치 두 개체가-안드로이드도 예외 없이- 하나가 된 것만 같은 기묘한 공명의 감각이 느껴진다고 한다.

마음만 먹는다면 의식과 자아 자체의 교감도 가능한데, 유리 본인은 ‘처리’에 집중하느라 이것을 통제하기가 어렵다.

즉, 스스로의 내밀한 생각이 모조리 상대에게 흘러들어가는 탓에 스스로도 너무 큰 상해는 오히려 맡지 않으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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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격

관리자 / 직설적인 / 뭉툭한 / 독한 말버릇 / 무엇도 놓지 못하는 ]

 

그를 경험해본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그가 타고난 관리자라고 이야기할 것이다. 타인을 살피고, 도움을 주고, 필요한 것을 제공하는 데 능하다. 세심하고 융통성 있으며 인내심이 있다.

최악을 상정하는 것에 능숙하고 대책을 재빠르게 고안해냈다. 다만 상대를 관리대상이 아니라 동등한 일 대 일의 관계로 대하라고 한다면, 글쎄, 유리는 그 때부터 당신을 굉장히 어색해할 것이다.

 

그는 그러니까, 모든 사람에게 아주 통이 긴 망원경을 들이대고 아주 멀리서 관찰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정작 한 발짝도 상대에게 다가서지 않은 채.

그것은 딱히 사람 자체가 싫어서라거나 사교성이 부족해서 같은 이유는 아닌 듯했다. 그보다는 게으르다고 하는 것이 더 맞는 표현일 것이다-응당 사람과 사람 사이에 주는 것만큼이나 받는 것에도 큰 노력이 따르는데, 그는 아무것도 받고자 하지 않는다. 일을 하면 저를 혹사시켜 초과근무를 하더라도 할당량을 해냈고, 책임져야 할 것이 있으면 그냥 자신이 모든 책임을 졌다. 그는 극단적으로 사람과 사람 간 복잡한 관계를 피해다녔다.

 

어쨌든 그는 대화를 못 하는 사람은 아니기 때문에, 그와 자주 대화를 나눠 본다면 이런 사실들을 알 수 있다; 일 할 때의 세심함과 배려는 어디로 가고 뻔뻔하게 지독한 직언을 하는데, 정작 그 말을 뱉는 본인은 날카롭지 않고 뭉툭하다고. 그는 많은 것을 덜어내고 회의적인 답만을 이야기한 지 꽤 되었다.

체념이 아주 섬세하고 촘촘하게 혓바닥 위에 깔려, 누군가를 상처입히기 위함이 아니라 그저 그렇게 생각하기 때문에 뱉는 말들이 덩어리져 툭, 툭, 떨어진다.

 

그러나 그것이 곧 그러고 싶지 않다는 의사의 반증이 되듯, 그는 막상 아무것도 놓지 못했다. 조금의 희생에도 화를 냈다. 잃은 동료의 시신 앞에서는 목놓아 울었다. 버릇처럼 회의적인 생각이 머릿속을 그득 채우면 눈에 띄게 불안해했다.

해결책이라면 뭐든 긁어모았고, 입으로는 안 될 거라고 말하며 멸망 앞에 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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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타

당신이 그에 대해 아는 것들은 이러할 것이다:

첫째, 그는 30대의 외형으로 자신의 실제 나이가 60대라고 소개했다.

인류방위군에 처음 입단할 때의 일이었다. 신원은 확실했고, 아무래도 신체를 교체한 듯했다. 다만 머리카락은 회색빛으로 새어 있었으며 말투 역시 영락없는 연장자의 것이었다. 

 

둘째, 핵과 오버로드를 연구하는 이 치고 미슬토라는 콜사인을 모르는 이 없을 것이다.

그는 511년 인류방위군이 조직될 즈음부터 IF에서 핵에 대한 연구를 진행해왔다. 핵을 스스로에게 이식한 최초의 연구자들 중 하나이기도 했다. 스스로가 오버로드였지만, 그의 이능력은 다른 오버로드를 관리하기에 적임이었으므로 인류방위군에 입대한 그는 관리부대로 배치된다. 오버로드에 대한 모든 시스템이 안정화되지 않았을 시절, 그는 대위까지 승진하며 수많은 공을 세우고 오버로드 관리에 크게 기여한다.

그의 이능력을 이용한 공명으로 현 시점 할 수 있는 최고의 모니터링이 가능했던 탓이다.

 

셋째, 그런데 그는 515년의 어느 날 ‘잠에 들었다’.

인류방위군은 그의 휴직 의사를 꽤 반려했으나, 그는 병가까지 제출하여 무슨 수를 써서든 휴직을 얻어낸 다음 ‘잠에 들었다’. A급 오버로드인 그는 관리부대가 ‘잠에 든’ 그를 어떻게 관리할지 완벽한 인수인계를 마쳤다. 그는 한순간에 관리자에서 관리대상이 되었다.

자신의 ‘나뭇가지’로 자신을 모두 감싸 완전한 한 그루의 나무가 되어버린 것이다. 최소한의 생명 유지 장치만 매단 채 생장이 멈추었고, 그는 아주 오래도록 잠이 들었다.

그리고 17년이 지난 532년, 그는 다시 깨어났다. 그 옛날의 직급은 사실상 의미가 없었기에, 그는 다시 인류방위군 입단 시험에 응시하여 다시 처음부터 시작한다. 공교롭게도 입대와 동시에 퀘이사에 차출된 것은 본인의 의지도 일부 있었으리라.

17년 전과 지나치게 똑같은 모습이었다. 세월이 그를 비껴나간 것 같았다.

 

당신이 그와 최근 가까이 지냈다면 알 수 있을 것이다:

첫째, 술이나 담배는 전혀 좋아하지 않는다. 가까운 이가 싫어하니 그냥 자연스레 즐기지 않게 되었다고. 

둘째, 마땅한 취미를 묻는다면 그것도 대답이 시원찮다. 다만 요즘은 새로 합류하게 된 퀘이사의 일원들의 얼굴과 이름을 외우고 질문을 던지러 다니는 게 일과처럼 자리잡았다.

셋째, 유리를 괴팍한 늙은이라 지칭하고 있는 많은 젊은이들을 그다지 괘씸하게 생각지 않는다. 다시 준위로 돌아온 것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다.

넷째, 식물이나 동물을 기르는 데에 별 생각이 없다. 제가 ‘나뭇가지’를 한 번 갖다 대면 금방 자라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구에 대한 많은 것들에 향수가 남아 있는 것 같다.

다섯째, 생각보다 더 많이, 기대보다 엄청, 많은 것에 투덜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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