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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것'은 건강에 좋다, 뭐라고 생각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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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진성사

Rank S

지원대대    

Prisca Gershom

     ​  소위

프리스카 게르솜

헤비레인 Heavy rain

AGE 37
180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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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관

 

쿨그레이톤의 직모 머리칼. 늘상 어깨 언저리에서 어정쩡하게 잘려있고 그 이상으로 관리하고픈 의욕은 없어보인다. 앞머리는 눈을 찌르지 않을만큼 내려와 걷어냈다. 둥근 눈매로 반쯤 뜨인 맑은 빛의 청록색 눈은 이따금 빛에 따라 색이 하나의 것으로 치우치는 것처럼 보인다.

 

이목구비에서 특별히 모나다는 인상을 주는 점은 없고 시원하게 선이 뻗어진 골격이다. 안색이 나쁜 편은 아니지만 톤이 밝은 피부가 이따금 빛 아래서 희게 질린 것처럼 보인다. 다만 느긋한 낯은 특별히 병색으로 인한 시름이나 삶의 근심따위가 배어있지 않다. 오히려 얼빠진 표정이 주로 자리하고 있으니 유약함보다는 태평함이라는 수식어가 더 잘 어울릴 것이다.

 

마냥 작은 체구는 아니었고, 깔쌈하진 못한 옷차림에 비해 까보면 직업에 걸맞게 적당히 체격이 있다. 그럼에도 표정은 느슨하고 자세는 구부정하거나 적당히 늘어져 있는 것이 대다수라 실제로 주변 사람들은 그를 기록된 수치 이상으로 작게 여기고, 제대로 보니 생각보다 크다고 여긴다. 이래서 사람은 척추를 잘 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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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능력

견진성사

 

비는 살아있는 것들의 부정을 씻어내 정결히 하고 잠들었던 땅과 뿌리내린 것들의 생명력을 일깨운다. 앞서 가신 길을 따르고자 무릎꿇은 이들에게 어떤 신은 몸을 씻어내는 예식으로 약속을 하였다.

 

허나, 믿음없는 약속은 실로 완전하게 마무리지어졌던가?

 

이 약속을 집전하는 사람은 이제야 성사의 방점을 찍을 수 있게 되었다. 이 약속은 신과의 약속이 아니다. 인류와의 약속이다. 하나로서 영속할 수 없어도 전부로서 영속함을 맹세하는.

 

이 우주에 돌이킬 수 없이 부정한 것들이 많아진 탓이던가, 어떤 때는 부슬비 같이 내리기도 하지만 멸망의 구도자들 앞에서 세차게 쏟아지는 장대비는 그저 흐르는 것이 아니라 급류나 폭포에 비견할 수 있을 정도가 되기도 한다. 언제고 믿음에 답이 돌아오는 것을 아는 듯 그가 내리는 비는 아군을 포용하고 젖어내린 부분에서 유기물과 무기물을 아울러 새 살을 돋게 하며 추위로 둔해진 회로를 가열시킨다.

 

말했듯, 부정한 것을 씻어내린다는 것은 그에게 있어 동시에 부정한 '적'을 씻어내는 것이다. 저 하늘에서 내려온 것은 인류사에서 단연 축복으로만 여겨진 적 없다. 내리는 빗방울은 그가 적으로 간주한 이들에게 신벌로써 내린 불과 유황인 마냥 닿는 순간에 시커먼 연기를 일으키며 타들어갔으니.

 

비는 대상을 흠뻑 적시다가도 눈깜박할 사이에 증발한다. 정확히 말하자면 스며들어 제 역할을 해내는 것에 가까울 것이다. 이제는 그저 쏟아져 스며드는 것만이 아니라 집전자의 의지를 따라 잠시간 형체를 잡아 머무를 수 있게 되었다.

 

견진한 비구름이 형성되어 우천 현상을 일으키는 범위가 넓어졌다. 특수선이 전개하는 전선 세 구획 중 하나에서 50% 이상의 상공을 장악한다. 이 성사가 지워낼 부정이 인류를 향하지 않으리라는 약속은 새로이 쓰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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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격

[늦게일어나는새가건강하다] [너는코끼리생각을하지말라] [되면좋고안되면말고]

 

프리스카 게르솜 소위. 그는 낙천이란 단어와 그 유의어들을 데굴데굴 굴려서 아주 둥글게 말아낸 집합체 같았다. 때때로 경례를 올리는 손이나 적절히 다부진 체격은 그가 현역의 군인이라는 것을 인지시킨다 쳐도, 느슨한 자세나 흐물한 얼굴이 짬 좀 적지 않게 차고 말년에 제대만을 기다리는 것을 낙으로 삼는 징병제 국가에 소속된 어느 구시대를 살아가는 징집병사를 떠올리게 한다. 그래서 그런가, '일찍 일어나는 새가 피곤하다면 반대로 늦게 일어나는 새는 건강하지 않겠냐'는 부적절한 의견을 쓸데없이 설파하는 한량같은 구석이 있다.

 

굼뜨다. 생각이 깊지 않다. 뭐 어디 믿는 배가 있는지… 주위에서 그를 평하고 증언하는 말은 그런 것이 대다수이다. 실제로 듣는 바와 같이 큰 욕심은 없다. 굳이 있노라 하면 워라밸 지키기 정도. 수면시간의 보장. 휴식의 보장. 법정 휴일이 있다고 쳐도 이 시대 직업군인치고는 꿈이 큰 것 아냐? 하지만 퀘이사로 선발이 되어버리면서 진급까지 해버렸으니 워라밸은 정말로 포기해야할지도 모른다는 사실에 그는 가슴을 치며 감자칩을 먹었다고 한다. 그것보다 더 중요하게 생각할 것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따금 그의 인생관에 대한 조언을 구한다 하면 프리스카 게르솜은 말한다 : '코끼리에 대해 생각하는 것을 그만두어라.' 기인다운 대답이면서도 의외로 뻔한 말이다. 뭐, 그럼 무언가에 대해 생각하는 것을 그만두는게 쉬웠으면 진작 인류의 고민이 현 상황을 제외하고선 한 3분의 1 정도는 사라졌을 것 아닌가? 그래도 시도는 해봐야지. 되면 마음이 건강해지는거고 아니면 어쩔 수 없는거고… 무책임하다는 말을 들어봤자 그게 본인 딴의 진심이라면 또 무슨 말을 더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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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타

부사관 출신. 인류방위군 우주순찰부대 전투공병 준위의 신분으로 있었으며, 앞으로도 그렇게 살 예정이었겠지만 퀘이사로 선발되면서 원치 않은 특진을 해버렸다. 인류 최후의 몸부림과도 같은 징집에 불구하고 프리스카 게르솜의 반응은 심심했다. 정말로 올 생각은 없었어. 그러면 너무 생각을 많이 해야 하니까…

 

전 군사특기는 이능력을 더한 대공포 운용과 이를 활용한 기동 지연. 이전 주거지역 인근에서 발견된 크리쳐로 인해 민간인 피난 시간을 벌기 위해 소수의 병사들과 전선으로 재진입해 저지했던 일화가 있다. 당시 두 자릿수의 병사들이 투신했고, 생환 인원은 그를 포함해 한 손에 꼽을 정도. 일련의 사태가 어느 정도 진정된 이후 당시 게르솜 준위는 꽤 오래간 집단 및 개별 심리상담과 약물치료를 필요로 했다. 그런 때도 있었어. 업계에선 흔한 일이지.

 

의외로 이전 부대에서의 평가는 나쁘지 않았다. 사격 준수. 근태 준수. 특기의 연장으로 지원대대의 기술 이수도 나름 준수하게 수료했다. 그의 행색을 보면 연결짓긴 어려워도 포상 및 훈장 수여 전적도 있었다. 본인이 자리에 욕심이 없어서 그렇지 원한다면 좀 더 목표를 크게 잡을 수 있었을 것이다. 굳이?

 

동지역에서 이주한 부모세대를 포함해 위로는 퍽 신실한 신도와 종교인으로 이루어진 집안에서 나고자랐다. 정작 본인은 이주 전 시대에 대한 향수가 없기에 집안에 무성한 도피의 죄책감과 고향별의 그리움에 젖어 음울하게 기도를 올리는 분위기로부터 벗어나고팠던 것이 본 입대 사유 중 하나. 기도가 나쁜 건 아니고, 그냥 거기 있어봐. 매일 숨통이 막힌다고.

 

그렇기에 성서적인 비유를 한다거나, 그러한 시선에 빗대어 이야기 하는 경우가 많으나 본인은 신 내지는 그에 준하는 존재에 '믿음이 밥먹여주냐' (물론 그의 친지들은 그걸로 밥먹고 살긴 했다)라는 다소 냉소적인 시선으로 의견을 표한 바 있었다. 다만 최근에는 크리쳐와 핵, 이능력 등의 발견으로 인해 불가시의 존재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한다고. 하지만 이 마당에 그것이 정녕 우리를 위해 존재한다 여길 수 있는가?

 

제복보다는 활동복을 선호하고, 활동복보단 헐렁한 사복을 선호한다. 제복은 숨막혀. 직업군인이라도 제복까지 사랑할 수는 없는거야…

 

그는 전우의 구성요소를 구분하는 부류의 인간은 아니지만 안드로이드 병사 등을 보면 무언가 맘에 차지 않는 얼굴이 되곤 한다. 그것을 지적하면 금세 또 발라당 누워서 과자나 먹지만 유독 뭐 씹은 것 같은 얼굴이 되는게… 오해하지마. 나 그런 사람 아니야.

 

핵의 이식 자체는 그냥저냥, 다들 하니까, 살면서 필요할 지도 모르고, 그렇게 됐다. 정작 오버로드로서 발현된 능력이 다수의 인류에게 이로움만이 아닌 해로움으로도 적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관리대상이 되긴 하였으나 군에 말뚝까지 박은 시점에선 큰 감상이 없다. 다만 이능력의 사용에 대해서는 주위의 불만이 적지 않은 편이긴 하다. 아무리 금방 증발한다고 해도 온몸이 축축해지는 걸 기꺼워하는 사람이 얼마나 있으려고. 아니, 그렇게 타고난 걸 어쩌란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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